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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ravel)/일본(Japan)

나가노, 시라카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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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가을이 한창이던 때, 나가노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사실은 캠핑을 가려고 했었지만, 캠핑 장비도 변변히 갖추지 못한지라 간단히 버너에 코펠, 침낭만을 저렴하게 장만한 채

아내가 추천하는 시라카바호 라는 나가노에 있는 호수로 가기로 했다.

나가노에는 북알프스 카미코우치 이후로 두 번째인데, 이전 기억이 워낙 좋아서인지 이번 여행도 은근 기대가 되었다.


나가노현은 내가 살고 있는 시즈오카현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현이라 다른 곳 보다는 가깝지만 그래도 내가 가고자 하는 시라카바호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포함 3시간 남짓 걸렸던 것 같다.

주말인데다가 단풍이 무르익을 즈음이라 도로는 많은 행락객들로 붐볐다.


그렇게 도착한 시라카바호.




사실, 생각했던 것 보다 작아서 약간은 실망을 했지만, 

온통 억새천지의 주변경관으로 모든게 이뻐만 보였다.

해발 1,500미터에 자리잡은 지역이다보니 예상보다 일찍 단풍이 지나가버렸다.

아마 일주일만 일찍 왔어도 환상적인 단풍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역시 자연은 타이밍~

 



연인들의 보트 너머로 기막힌 억새산의 장관이 펼쳐진다.

저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길이 비너스라인이라는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이다.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어딜가나 노젓는 보트랑 오리보트는 있는 것 같다.ㅎ




일단 온 김에 비너스라인부터 답사 해 보기로 했다.




풍경은 역시 기대이상으로 아름다웠지만 일본 특유의 좁은 도로(갓길이 우리나라처럼 여유롭지 않기도하고)로 지정된 몇 군데의 주차장에서야 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근데, 돌이켜 보면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무분별하게 도로 곳곳에 주차를 하는 통에 다른 차들에 방해를 준다던지 하는 일은 걱정 안 해도 되니까 말이다.










저 산꼭대기의 하얀 구 모양 건물은 무엇일까?

어쩌면 천문대 일 수도..








이렇게 비너스라인을 얼추 훑어보고 다시 시라카바호로 돌아간다.
느낌은, 강원도 정선 민둥산에 갔을 때와 비슷한 감명을 받았는데, 규모는 많이 컸다.

아름다운 억새산길을 따라 시라카바호로 와서는 텐트대신 차안에서 하룻밤을 묵을 준비를 한다.





일본에서의 차내 취침은 처음이라 살짝 낯설었는데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 아내는 평생 처음인 경험인데다가, 

워낙 겁도 많고 조심성도 많은 성격이어서 그런지 꽤나 불안한 표정이다.

자기 말로는 주차장에서 자면 뭔가 불법같다며...


하지만 일단 차에서 먹고 자기로 하고 온 이상 자기도 더는 구시렁거리지 않는다.

밤이 되자 주차장의 차들도 하나 둘씩 떠나고 우리도 취사도구를 들고 차 앞 나무벤치로 간다.
사실, 차 안에서 버너를 사용해도 되는데, 차에 불 난다는 아내의 잔소리에 두말 않고 밖으로 옮겼다.


하... 일본의 관광지 호숫가 벤치에 앉아서 먹는 신라면의 맛이란....ㅎㅎㅎ

그것도 구름 한 점 없이 휘엉청 떠있는 달을 보며...하하하


하지만, 추웠다. 다 먹자마자 얼른 차 안으로 고고.



비좁은 차 안에서 누에고치처럼 침낭에 돌돌 말린 채 새우잠을 청하려는 그때,

갑자기 밖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불꽃놀이였다.




바닷가에 가면 의례 볼 수 있는 딱딱거리는 애들 놀이용 불꽃이 아닌 진짜 불꽃놀이였다.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상황, 그리고 말 그대로 뜻하지도 않은 불꽃놀이가 마치 우리를 환영하는 양

바로 코 앞에서 장장 10분 이상을 수놓고 있었다.


그날 밤은 오직 그 불꽃놀이 하나만으로도 좋은 꿈을 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침.


텐트에서 자고 일어난 그 상쾌한 기분. 그것과 같은 좋은 기분으로 눈을 떴더니, 벌써 여기저기서 새벽같이 달려온 차들로 주차장이 차기 시작했다.

알고봤더니, 이곳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란다.


과연....


잠시 후 태양은 호수 앞에있는 두 산봉우리의 정확한 중간으로 떠오르는 게 아닌가.

아마 이맘때의 또 다른 볼거리가 아닌가 싶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피어나는 물안개.





아마도 이 작은 호수의 또다른 매력은 작은 호수 안에 있는 저 귀여운 작은 섬이 아닐런지.





역시 자작나무는 이뻐~

아니나다를까 이 호수 이름 자체가 바로 자작나무 호수라는 시라카바호.

당연하게도 호수 주변엔 수령 오래된 자작나무들이 멋진 모습으로 심어져 있다.


난 개인적으로 자작나무하면 빨강머리 앤이 떠오른다.ㅋ




그렇게 잠깐 아침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는 간단히 차 안에서 빵과 커피로 요기를 한 뒤,
(아침부터 취사도구를 들고 벤치에 나가기 뭣했는지, 차 안에서 창문 좀 열어놓고 버너 돌려도 전혀 문제없다는 내 말에 군말없이 동의)

집으로 가는 먼길을 재촉했다.


와중에 아내의 추천으로 야마나시현에 있는 모토스호에 들렀다.

시라카바호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와 후지산이 지척에 보이는 뷰포인트가 환상적인 곳이었다.

후지산 주변에 이와같이 후지산을 볼 수 있는 호수들이 많은데,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다들 나름의 명성이 있는 것 같다.

일전에 갔던 타누키호도 그렇고.






호수가 어느정도 규모가 되니 이렇게 잔파도도 일었다.




여기가 후지산 조망 뷰포인트!

눈이 많지 않아서 다소 아쉽지만 일본인들에겐 그 이름만으로도 성스러운 산.

우리의 백두산과 같은 의미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어느 휴게소에서 찍은 후지산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한다.

또 다른 여행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