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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의 이야기(Hoo's story)

그림이야기(실화) 1.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날.(동영상 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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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들은 제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엮은 것으로, 지명이나 이름 등은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림이야기(실화) 1.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날.






태풍 애그니스가 막 지나간 1981년 9월 


어느 화창한 일요일.



동네 또래들과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았을 때의 


수풀 우거진 들판을 우르르 몰려다녔다.



아무렇게나 자란 어린 대나무 한 가지씩을 


꺾어 들고는 깔깔대며 괜히 개구리 쫓는다거나


낮게 날아다니는 잠자리에 대고 휘두른다거나. 


그렇게 이제 막 10살이 된 나는 한 두 살 많고 


적은 또래들과 어울려 아직은 따가운 9월의 


뙤약볕 아래 온 들판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던 중 어느 큰 물 웅덩이를 발견했는데, 


아마 이번 태풍이 남긴 흔적일 듯싶다.







커다란 물 웅덩이 가장자리엔 어떻게 알고 왔는지 


벌써 제법 많은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다른 동네에서 온 또래 꼬맹이들이 다른 한쪽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우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낚시하는 어른들을 피해 


또래 꼬맹이들이 놀고 있는 쪽으로 갔다.



놀고 있는 아이들 중 몇몇은 어디서 났는지 커다란 


스티로폼에 앉거나 엎드려 타고선 깊어 보이는 


물웅덩이를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다.



한참을 물가에 서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걔네들을 


보다가 바로 뒤편 덤불 속에 제법 많은 


스티로폼들이 쌓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얼른 가서 적당한 녀석을 찾아 뒤적였지만 죄다 


조막만 한 녀석들 뿐 적당한 크기가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대로 겨우 배를 올려놓을 만한 놈을 


들고 와서는 물 가장자리에 쭈그리고 앉으니, 


두 살 많은 대장 형이 말을 붙인다.



"그리 작은데 뜨겠나?"


"몰라, 안 되겠나?"


"조심해라~ 여기 깊다~"


"알았다. 조금만 타볼게"



그렇게 조심조심 작은 사각 스티로폼 판에 배를 


깔고는 흙탕 색 물 위에 몸을 띄운다.







처음엔 살짝 두려운 마음에 가장자리서만 맴돌다 


이내 익숙해져 좀 더 중앙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웅덩이 중앙으로 갈수록 뭔지 모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떠들고 노는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오직 양팔이 물을 가르는 소리만이 정적 속에 


도드라진다.





"나와라~ 집에 가자~"



"알았다"



약간의 아쉬운 마음을 안고 가장자리로 거의 다 


왔다 싶을 때쯤, 무심코 스티로폼에서 내렸다.


스티로폼이 작아, 배에 붙이고 타야 하는 지라 


타고 내릴 때가 가장 불편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곳은 공사 때문에 


굴삭기가 터를 파 내려간 곳으로, 자연적 웅덩이완 


다르게 수직으로 떨어지는 구조의 웅덩이였던 


것이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나는 그 즉시 물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당시까지도 나는 물속에서 눈을 뜨면 뇌에까지 


물이 찬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단 한 번도 


물속에서 눈을 떠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물속에서 눈을 뜨면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어쨌건 나는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고,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너무나 평화로웠다.

 


게다가 전혀 패닉 상태에 빠져들지도 않았고, 


뭔지 모를 편안함마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눈까지 떠 보았다. 












뿌연 황토색 물 색깔에 녹색 파래 같은 게 서서히 


올라가는 게 보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정오의 태양이 


흐린 물속으로 밝게 비쳐 내리고 있고 


그 가운데로 내가 타고 왔을 스티로폼이 검게 


대비되어 일렁이고 있었다.





수영이라곤 배운 적도 해 본 적도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양팔을 벌려 물을 움켜 내리니 


몸이 자연스레 위로 떠 올랐다.







검게 보이던 스티로폼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그와 함께 물 밖의 소리도 먹먹하나마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물 밖을 튀어 오르자, 형 동생들의 


고함 소리가 이어졌다.







"니 장난칠래?!"


"빨리 안 나오나!"




아마도 다들 내가 당연히 수영을 할 줄 알고 


괜히 한 번 물속에 잠수하러 들어갔다가 나온 


줄로 아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겨우 잡은 


스티로폼에서 미끄러져 다시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이번에는 물속으로 가라앉는 속도가 더 빨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발이 닿는 것을 느꼈다.


뭔가 부드러우면서도 움켜쥐는 듯한....



뻘과 같은 웅덩이 바닥에 내 발은 서서히 빠져 


들었고 벗어나려 몸부림을 쳐 보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때 번뜩 떠오른 생각, 


신발.



엄마가 며칠 전에 사 준 파란색 플라스틱 샌들.


샌들이라 어쩌면 발을 빼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이리저리 뒤틀어 마침내 뻘 속에 파 묻힌 


샌들과 분리가 되자 힘차게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이번엔 그 작은 스티로폼을 가슴에 꼬옥 붙이고는 


웅덩이 가장자리 끝까지 발로 쉼 없이 물장구를 


치며 빠져나왔다.




그때까지도 동네 아이들은 내가 거의 


죽을 뻔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고 나도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신발 사준 지 며칠도 안돼 맨발로 돌아온 아들을 


나무라는 엄마한테도 차마 말할 수 없었던 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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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유튜브에 올려놓은 이 이야기의 동영상 버전입니다.